2023년 돌아보기

연말에는 웹 접근성에 관한 글을 적느라 경황이 없었고 연초에는 개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진득하게 회고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024년 새해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서 2023년을 돌아봅니다.

아무래도 지난 반기 회고 때 상반기에 있었던 일을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반기를 위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개발자 이현빈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를 하나 꼽자면, 작년 6월부터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시스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치 보석을 세공하는 장인처럼 컴포넌트를 깎는 것에서 흥미를 느꼈는데, 정말 운이 좋게 관련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폴더 구조부터 너무 거대해서 코드를 들여다보기는커녕 파일을 왔다 갔다 하는 일조차 뚝딱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 그리고 여태껏 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의 코드와 회사의 코드는 다르다는 생각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코드를 작성할 때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조금 더 팀원을 믿고 편하게 코드를 작성해달라’는 팀원분의 말씀이 있었기에 점차 장고(長考)하는 빈도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반에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들은 관련된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스스로의 개발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업무들이 많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은 큰 불편함 없이 주어진 개발을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것은 어떤 것 같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개인적인 표현이지만 ‘일로써의 개발을 배운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지금 있는 조직에서 텍스트뿐만 아니라 영상,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슬랙(Slack)에 정보자산을 남기며 소통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 꽤 인상 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슬랙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밀도 있게 사용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드 스킬과 관련해서도 개인적으로 성장한 부분이 정말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코드를 작성하며 다른 사람이 유지·보수하는 경우를 생각해야 했고, 자연스레 가독성 높은 코드, 이해가 쉬운 코드 등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짰던 코드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컴포넌트 개발에 대한 철학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테스트 코드, 다양한 상황에서 엔지니어의 의사 판단 등 값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Keep

  • 생각보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 앞으로도 타임박싱(Timeboxing)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제한할 예정입니다.

  • 나만의 업무 프로세스 : 업무 내용을 머릿속에 불러오는 것이 오래 걸려서 걱정이 있었는데, 동료분들의 조언 +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단계를 추가하여 만든 지극히 개인적인 업무 방식입니다. 시행한 지 약 4개월 정도 됐는데 효과가 좋아서 유지해 보려고 합니다.

Problem

  • 주변에 뛰어난 개발자분들이 많아서 때때로 위축될 때가 있었습니다.

  • 팀과 팀원의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 회사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학습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 업무 내용을 잘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 : 예전에는 자세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핵심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듣고 실천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너무 함축적인 것 같아서 문제의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Try

  • 잘하는 분이 많다는 것은 좋은 거니까 기죽지 말고 항상 자신감을 가져야겠습니다.

  • 다른 팀원들의 상태를 의식적으로 인지합니다. 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중 ‘수신’ 단계라 Good to have인 것 같습니다.

  • 업무하는 것도 좋지만 주로 오픈 소스 코드를 살펴보는 개인 학습 시간을 늘려보려 합니다.

  • 어느 정도 공유 방식에 대한 양극단을 체험해 본 것 같아서 적절한 정도의 중용(中庸)을 찾아보려 합니다.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것이 없고 사안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취미

회사에서 개발하기 전까지는 크게 취미의 필요성에 대해서 느끼지 못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에 작년 9월부터 주에 2회씩 꾸준하게 헬스를 나가고 있고 헬스장에 쓴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다른 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헬스가 재미없다고들 하시는 데 개인적으로 여전히 무게를 올리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습니다.

또 아주 최근에 생긴 취미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만년필 필사입니다. 원래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키보드를 잡고 나서 점점 펜과 거리가 멀어지더니, 작년에 태블릿을 중고로 팔고 난 이후로 아예 펜 잡을 일이 없어졌습니다.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서 만년필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충동적으로 구매해 버렸습니다. 그래도 혼자 앉아서 필사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아직은 삐뚤빼뚤하지만 잉크가 주는 멋스러움에 취해(?) 괜히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맺으며

작년을 돌아봤을 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올 한 해는 개발자로서 하드 스킬 성장에 더욱 욕심이 나는데, 그만큼 스스로를 돌보면서 주변도 잘 챙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새로 생긴 취미 활동으로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안녕을 모두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