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트 컨퍼런스 2022 후기

💡 후기라고 쓰고 기행이라 읽습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에서 주관하는 부스트 컨퍼런스 2022에 참석했습니다. 부스트캠프 멤버십 (이하 ‘멤버십’) 과정에 있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오프라인 이벤트라고 생각해서 바로 신청했었습니다. 부스트 컨퍼런스 2022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웹·모바일 분야의 학습자 (이하 ‘캠퍼’)가 연사가 되어 개발 중에 겪었던 일이나 지식을 공유하는 테크톡
  • 다른 분야의 캠퍼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킹
  • 현업에 계신 개발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커리어톡

컨퍼런스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1784 건물에서 열렸습니다. 초행길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난생 처음 빨간색 신분당선을 타보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다 개발자 같고, 판교로 향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직장인처럼 생기지 않은(?) 분이나 저처럼 두리번거리는 분을 보면 “혹시.. 캠퍼신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자역에 도착해서 동료 캠퍼분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을 지나가다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어찌나 높은지 로고가 제대로 담기지 않습니다.

컨퍼런스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낯익은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태국 음식점에서 식사 중에 우연히 다른 캠퍼분들을 만나서 당황스러움과 반가움이 섞인 인사를 짧게 주고 받았습니다. 그린팩토리 앞 아티제에서는 웹풀스택 마스터이신 조은 개발자님을 뵈었습니다. 회의 중이신 것 같아서 다가가진 않고 먼발치에서 관찰했습니다. 나가실 때 잠깐 인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뵙다가 실물로 보니까 신기했습니다.


1784 건물은 말그대로 외형부터 으리으리했습니다.


멋있게 생긴 건물

들어가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건물 내부가 엄청 넓고 높았습니다. 뻥 뚫려있는 공간을 보니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웅장함에 압도되기도 했습니다.


백화점에서 많이 본 것 같은 디자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한 순간 발견한 브랜드 스토어. 바로 한 바퀴 둘러보며 구경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굿즈는 도넛처럼 생긴 손가락 운동 도구(?) 였습니다. 코딩하기 전에 손가락을 풀라는 의미인지, 처음보는 물건이라 신기했습니다.


참새는 방앗간을 못 지나칩니다.

바로 옆쪽에 있던 스타벅스도 구경을 가다가, 이목을 끄는 다른 존재에 의해서 발길이 멈췄습니다. 기계팔이 애플펜슬로 아이패드를 사정없이 두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설명을 보니 기계가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였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진짜로 그린다기보다는 영역에 해당하는 색상을 계속해서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계 힘이 너무 좋아서 태블릿이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옆에는 로봇이 또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동료 캠퍼분께서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뽈뽈거리고 다니는게 귀여웠는데 나중에 보니까 충전하러 가는 듯 보였습니다.


식사를 배달하는 로봇들이 식사하는 모습


입장 시작 시간에 임박해서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앞에서 운영진분께서 출입증을 나누어주고 계셨습니다. 방문자 출입증이었지만 마치 메달처럼 보였습니다. 출입증을 찍고 컨퍼런스 공간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 손에 쥐어지는 방문증

누가 봐도 가서 서야할 것 같은 줄이 길어 늘어져 있고 상황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무슨 줄인고 하니, 이름표와 굿즈로 보이는 물건을 받는 줄이었습니다. 이름표에는 스티커를 붙였는데, 처음에는 경품 추천같은걸 하나 생각했습니다. 정체는 나중에 알 수 있었습니다. 부스트캠프 로고가 박힌 상자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포장지에 싸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귀여운 에코백과 엄청난게 들어있을 것만 같은 상자

첫 번째 세션까지 기다리는 동안 복도에서 서너분의 동료 캠퍼분들을 마주쳤습니다. 당연하지만 실존한다는게(?) 믿기지 않는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조우에 당황도 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정신도 없어서 길게 대화하지 못했던게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웹 분야 캠퍼분들과는 다르게 OS에 관한 세션을 들었습니다. CS와 관련한 지식을 조금씩이라도 쌓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HALL#4 에 들어가니 모바일 분야 캠퍼분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쭈뼛쭈뼛 일체형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새삼 일체형 책상에서 계속해서 세션을 들으셨던 모바일 캠퍼분들이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받았던 상자를 열었더니 당 떨어지지 말라고 운영진분들께서 준비한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까워서 못먹었습니다. 역시 포장이 중요합니다.


캠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운영진분의 안내에 따라 첫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 나름대로 모든 세션에서 하나의 질문을 해보자는 작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모바일 모더레이터분께서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진행하셨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OS에 관한 지식이 얕은 상태여서, 또 용어들이 낯설어서 내용을 따라가는 데에 조금 힘들었습니다. 질문할 시간이 되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연결고리가 끊어졌던 부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웹·모바일 분야 모두 챌린지 과정을 지나쳐왔다는 공통 분모에 맞춰서 센스있는 예시를 들어주셔서 해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세션을 듣기 위해서 HALL#3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넓은 공간이 이전에 있던 곳과 사뭇 달랐습니다.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던 찰나에 다행히도 입구쪽에 있던 동료 캠퍼분들을 만났습니다. 막간을 이용해 담소를 나누며 다음 세션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웹 개발의 역사와 흐름에 대해서 다루는 세션이었습니다. 첫 번째 세션보다는 배경 지식이 많이 있던 덕에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말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는 세션 특성에 맞추어 연사분께서 핵심적인 내용 위주의 정보 전달을 하셔서 듣고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말씀하시는 각 문장에서 준비를 정말 많이 하셨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테크톡이었습니다.


마지막 테크톡에서는 의존성 관리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맹목적으로 사용하던 패키지 관리자들이 내부적으로는 이해하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세상에 그냥 작동하는 것은 없고 무엇이든 원리를 토대로 작동할텐데, 매일같이 사용하는 패키지 관리자들에 대해서는 왜 그런 의심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패키지 관리자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사결정 기준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비단 패키지 관리자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 스택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경우 각각의 차이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개의 테크톡 세션을 모두 마무리하고 다음 순서로 네트워킹을 진행했습니다. 입장할 때 선택했던 스티커에 따라서 그룹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복선에 순간 감탄했습니다. 웹 분야 캠퍼분들이 많았지만 몇 분의 모바일 캠퍼분들도 계셔서 서로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운영진분께서는 개발 외적인 이야기를 하길 권장하셨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개발에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야기보다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편해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바일 분야에 계신 분들은 당연히 처음 뵀지만 그래도 많은 분을 만나 뵀다고 생각했던 웹 분야에서도 처음 보는 분이 계시다는게 새삼 또 놀라웠습니다.


길면서 짧았던 네트워킹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동안 기회가 되어서 웹풀스택 마스터이신 조은님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 직후 카페에서 말씀드리지 못했던 사진을 조심스럽게 요청드렸습니다. 옆에 또 마침 계시던 황준일님께도 같이 찍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에 뵙고 너무 놀래서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컨퍼런스장에 직접 오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려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너무 쿨하게 허락해주셨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니까 두 마스터님께 다른 캠퍼분들의 무수한 사진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서 계신 자리를 즉시 포토존으로 탈바꿈시키는 두 분의 영향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난생 처음 찍어보는 셀카를 웹풀스택 원투펀치 조은님(중앙), 황준일님(우측)과 함께


마지막으로는 현업에 계신 개발자분들이 오셔서 큰 조언을 해주시는 커리어톡을 진행했습니다. 태도나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들도 해주셔서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이번 커리어톡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자분들이 주니어 개발자부터 팀을 이끄시는 분까지 연차별로 고르게 모셔서 하나의 질문에 대해서도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영진에서 준비하신 질문들도 캠퍼 입장에서 알고 싶었던 내용에 대해서 여쭤봐주셔서 좋았고, 이후에 직접 캠퍼들이 질문한 내용도 공통적으로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여서 간지러운 부분을 고루 잘 긁어주었습니다.

기술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 움찔했습니다. 며칠 전 적어놓았던 글이 하나 있었지만, 스스로 깊이감 없이 얕게 훑은 내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를 적을 때 이 후기만큼이나 자세하게 다뤄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처음 뵙는 개발자분들께서도 항상 부스트캠프에서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컨퍼런스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출입증을 반납하기 전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를 보던 운영진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오실 때는 방문자가 아니라 사원증으로…”

아마 컨퍼런스에 참석한 모든 캠퍼들이 한 번쯤은 생각했던 내용일 것입니다. 원래 사소한 것에 감동을 잘 받긴 하지만 메세지가 같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타인에 의해 귀로 직접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봅시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이미 어두워진 거리로 나왔습니다. 일정이 바로바로 이어지면서 하루종일 정신없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 작은 목표로 삼았던 질문하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매 세션에서 질문을 남겼고 하나의 질문 빼고는 다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조금 아쉬운 점을 꼽자면 캠퍼분들을 찾아다니지 않았던 점입니다. 너무 많은 인파에 마치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쉬는 시간마다 앉아 있었는데, 그동안 같이 팀을 했던 캠퍼분들을 만나 뵈었다면 좀 더 반갑고 활기찬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런 점을 깨달은 만큼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그 이후의 컨퍼런스에서는 보완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